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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분하기 충분한 30분… 숨 고르던 전두환의 숨죽인 퇴장

광주지법 항소심서 30분도 되지 않아 건강상 이유로 퇴정

[IE 사회] 부쩍 수척해진 외관이었을 뿐 반시간 동안 분노를 유발하고 다시 숨어버렸다. 

 

지난 2017년 4월 내놓은 회고록에서 故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며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몰아붙인 전두환 씨(90). 

 

1심 징역형 선고 이후 차일피일 출석을 미루다 9일 오후 2시경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 항소심(형사1부 김재근 부장판사)에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재판은 전 씨의 건강 문제로 30여 분 만에 끝나버렸다. 

 

피고인의 이름과 나이, 주소지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에서 눈을 감은 채 부인 이순자 씨의 도움을 받는 듯 대답하던 전 씨는 재판 도중 호흡곤란을 빌미 삼아 대기실로 몸을 피했다가 재판 종료 전 법정으로 복귀했다. 

 

재판이 끝난 오후 2시45분께 이 씨와 함께 법원 뒷문으로 나온 전 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체 답하지 않고 검은색 승용차에 탑승해 서울을 향해 떠났다.

 

그동안 피의자 출석 의무가 없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재판 내내 비협조로 일관하던 전 씨는 출석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는 재판부의 경고에는 견디지 못했다. 

 

1심 진행 중 세 차례 법정에 섰던 전 씨는 작년 11월 '5·18 당사자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1심 유죄 판결이 나오자 곧장 항소했으나 지난 5월부터 시작된 2심에 나타난 적은 없었다. 건강상의 사유가 있다며 1심 때부터 수차례 불출석 허가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골프는 물론, 12·12 기념 오찬까지 챙기는 등 과거부터 여전히 국민적 공분을 유발하기도 했다.

 

화를 삭이는 일이 오히려 어색할 5·18기념재단과 유족회·부장자회·구속부상자회의 오월 3단체, 전 씨를 고소한 고 조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는 이날 오후 한 목소리를 냈다. 피고인 전두환의 방어권이 과도하게 보장되고 있으니 엄정 신속히 법의 심판을 내려야 한다는 마땅한 역설이었다. 조 신부는 어떤 의미에서 피해자일 5·18 당시 계엄군에게 양심고백을 바라기도 했다.

 

한편 다음 재판은 같은 법정에서 오는 3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전 씨의 출석 여부는 또다시 관심사가 될 듯하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