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각으로 그제 저녁, 소설가 한강이 대한민국 작가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받았죠. 지난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우리나라 두 번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913년·인도),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일본), 오에 겐자부로(1994년·일본), 모옌(2012년·중국) 등에 이어 아시아 다섯 번째, 여성으로는 첫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입니다.
스웨덴 왕립 과학아카데미(한림원)는 한강을 수상자로 선정하며 '역사적 트라우마에 대응하는 인간 삶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쓴 작가'라면서 '몸과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독특한 인식으로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을 살려 현대 산문에서 혁신자가 된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좋든 나쁘든 엄청난 일들이 많이 발생하는 2024년이네요.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중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는 구절이 뇌리에 강하게 남았었는데요.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많은 분들의 삶이 축하파티가 되는 연말이 됐으면 합니다. 하늘에서 지켜볼 김 전 대통령이 노벨상 동료가 나왔다면서 얼마나 기뻐할지…
각설하고 이번 '앎'을 통해 알려드리고픈 지식 한 토막 이어가겠습니다. 유산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5등분해 물리학, 화학, 생리학 또는 의학, 문학 분야와 세계 평화를 위해 가장 헌신한 사람에게 주라는 스웨덴 출생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을 받든 노벨상은 현존 세계 최고 권위를 뽐내는 상으로 꼽을 수 있는데요.
노벨상은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물리·화학·사회경제) ▲스웨덴 아카데미(문학) ▲카롤린스카 의학연구소(생리·의학), ▲노르웨이 노벨위원회(평화)에서 매년 수여하며 한 분야 외엔 모두 1901년에 시상을 시작했습니다. 언론매체에서 언급하는 한림원은 국가 학술기관인 아카데미를 일컫고요.
다른 상들과 달리 1968년 생겨 이듬해 첫 시상자가 나온 부문은 노벨경제학상으로 각각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경제학자인 랑나르 프리슈, 얀 틴베르헌이 경제 과정의 분석을 위한 동적 모델의 개발하고 적용한 성과를 치하했습니다.
노벨의 유언과 별개로 스웨덴 중앙은행 설립 300주년을 기려 제정해 상의 정식 명칭도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Sveriges Riksbank Prize in Economic Sciences in Memory of Alfred Nobel)'이고요.
노벨상의 정식명칭인 'Nobel Prize'가 아니라 노벨의 이름을 차용한 기념상이지만 다른 분야와 상금도 같고 시상식에도 함께 참석합니다. 물론 노벨상을 만든 후 거의 70년이 지나 번외 격으로 탄생했던 만큼 제정 초기에는 명성이 흐릿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련 분야 관계자들의 노력이 쌓여 현재에 이르게 된 거죠.
그러나 알프레드 노벨의 조카로 의사이자 자선사업가였던 故 마르타 헬레나 노벨과 스웨덴 인권 변호사로 활동 중인 피터 노벨은 노벨 가문 중 누구도 경제학상을 만들 계획이 없었다며 노벨경제학상 제정을 격렬하게 반대해 마냥 개운하지는 않은 상이기도 합니다.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