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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프차 이중가격제가 불붙인 '쿠팡이츠·배민' 충돌…살펴보니

 

[IE 산업]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1위인 배달의민족(배민)과 2위 쿠팡이츠가 '무료배달 업주 부담 비용' 이슈에 대해 날 세운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일부 프랜차이즈사가 배달 앱들이 무료배달 서비스 비용을 업주에게 전가한다는 이유로 매장용 가격과 배달용 메뉴 가격에 차등을 두기 시작하자 쿠팡이츠가 이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 그러면서 배민만의 문제라고 언급했는데, 배민이 이를 즉각 반박한 것.

 

◇쿠팡이츠 "업체 이중 가격제 도입, 우리 탓 아냐" 타사 저격

 

25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전날 쿠팡 와우회원에게 제공하는 무료배달 서비스 비용을 업주와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는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최근 일부 프랜차이즈사에서 매장용보다 배달용 메뉴 가격을 더 비싸게 받는 '이중 가격제'를 도입하면서 배달업체가 비판을 받자 이에 대해 해명한 것.

 

이 업체는 "특정 배달업체에서 무료배달 비용을 외식업주에게 전가, 수수료를 인상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는데, 마치 당사 등 배달 업체 전반의 문제인 것처럼 오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와우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무료배달 혜택은 고객배달비 전액을 쿠팡이츠가 부담하고 업주에게는 어떠한 부담도 전가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타사는 요금제 변경, 포장수수료 유료화, 중개 수수료 인상 및 고객배달비 업주 부담 등으로 무료배달에 따른 비용을 외식업주와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특정 배달업체만의 문제를 모든 배달업체의 문제인 것처럼 호도되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고 제언했다. 이는 최근 배달 수수료를 6.8%에서 9.8%로 인상한 배민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민 "쿠팡이츠, 사실 왜곡해 고객·점주에게 오해 유도"

 

이 같은 쿠팡이츠 입장문에 대해 즉각 배민은 "당사가 제공하는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을 섞어 사실을 왜곡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배민은 "(쿠팡이츠)가 '무료배달 비용을 외식업주에게 전가한다'고 표현하며 이중가격제 원인이 당사에 있는 것처럼 '특정 배달업체만의 문제'라고 언급했다"며 "이는 당사가 제공하는 배민배달(배민 라이더가 배달을 수행하는 건)과 가게배달(업주가 배달 대행사와 자율적으로 계약해 배달)을 섞어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료배달 혜택과 관련해 타사와 동일한 자체배달 상품인 배민배달의 경우 현재 경쟁사와 동일하게 고객배달팁을 당사에서 부담하고 있다"며 "업주가 부담하는 중개이용료는 9.8%, 업주부담 배달비 2900원(서울 기준)으로 모두 경쟁사와 같다"고 짚었다.

 

또 현재 배민은 타사에는 없는 가게배달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경우에는 고객배달팁을 업주가 직접 설정하는데, 만약 가게배달 업주가 무료배달을 선택할 경우 배달비를 건당 2000원씩 지원한다는 게 배민의 설명이다. 배민 측은 "이때 중개이용료는 6.8%로 경쟁사보다 3%포인트(p) 낮다"며 "가게배달의 중개이용료는 최근 변동된 바 없다"고 언급했다.

 

한편, 배민은 왜곡된 자료로 여론을 호도하는 쿠팡이츠에 대해 유감이라며 이 같은 주장을 지속할 경우 법적 대응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쿠팡이츠 vs 배민 공방 핵심 '비교 대상' 차이 "배민배달·가게배달 구분해야"

 

이 둘 갈등의 핵심은 '비교 대상'이다. 쿠팡이츠는 배민의 배민배달이 아닌, 가게배달을 기준으로 설명문을 게재했는데, 배민은 쿠팡이츠가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을 섞어 사실을 왜곡했다고 주장한 것. 가게배달은 배민에서만 운영하는 서비스다.

 

배민 자체 배달 서비스는 타사와 마찬가지로 고객배달비를 당사가 부담하는데 쿠팡이츠가 '가게배달'을 기준으로 설명하면서 배민에 가입한 모든 업주가 배달비를 내야 하는 것처럼 보이게끔 했다는 게 배민의 입장이다.

 

결론적으로 배민 주장처럼 쿠팡이츠가 안내문에서 자사의 배달 현황을 배민배달과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쿠팡이츠가 틀렸다고 할 수 없다.

 

앞서 배민은 알뜰배달 배달비 무료, 집배달 배달비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 '배민클럽'을 시범 운영한 뒤 이달 11일부터 본격 시작했다. 다만 이는 가게 주인이 직접 가입하는 게 아닌, 자동 전환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가게배달을 이용하던 점주도 저절로 배민배달에 가입하게 된다. 

 

배민이 이날 입장문에서 언급한 가게배달 업주의 무료배달 선택 시 건당 배달비 2000원 지원은 이런 시스템에 불만을 갖는 업주들을 위한 혜택이다. 하지만 이 혜택이 최대 4개월만 지원된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물론 체험 기간 후 업주 선택에 따라 언제든 배민클럽을 해지할 수 있지만, 사실상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대다수 업주는 배민클럽을 설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배민의 주장대로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을 쪼개서 보더라도 지금과 같은 업주의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프랜차이즈업계, 배달 앱 수수료 부담에 '이중 가격제' 확산

 

최근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 앱 세 곳의 한 집 배달 기준 중개수수료는 주문 금액의 9.7~9.8%, 배달료는 1900~2900원이다.

 

배달 앱에서 무료배달을 하는 점포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 정액제 대신 건당 수수료를 받는 정률제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지만, 매출이 커질수록 비용도 많이 든다.

 

이 같은 이유로 많은 업체들이 이중 가격제를 택했다. 최근 롯데리아 운영사인 롯데GRS는 이달 24일부터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을 분리 운영했다.

 

 

롯데리아 메뉴를 배달 앱으로 주문할 경우 매장에서 주문하는 가격보다 단품 메뉴는 700~800원, 세트 메뉴는 1300원 오른다. 대표 메뉴인 '리아 불고기'의 매장 가격은 4800원이지만, 배달 주문 시 5600원을 내야 한다. 

 

이보다 앞서 맥도날드도 이중가격제로 운영하고 있다. 맥도날드 빅맥세트는 매장에서 7200원이지만 배달 앱에서는 8500원이다.

KFC 역시 지난 3월 이중가격제를 도입했으며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와 같은 커피 프랜차이즈업체도 배달 가격이 매장보다 높다.

 

이들은 배달 앱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롯데GRS 앱 '롯데잇츠'로 주문할 경우 최소 주문 금액 1만4000원부터 배달 팁이 없다. 

 

bhc는 이달 말까지 자사 앱으로 주문 시 3000원을 할인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메카커피의 경우 가맹점 3000호점 달성 기념으로 자사 앱 '메가 오더'를 통한 'SBS MEGA 콘서트' 이벤트를 열었는데, 그 결과 신규 회원은 40만 명이 늘었으며 앱 매출액도 전년 동기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소상공인, 배민에 칼날 겨눠…공정위도 예의주시

 

이런 가운데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공식적으로 오는 27일 신고할 계획이다. 수수료 인하와 같은 상생안에 진전이 없었다며 배민을 독과점 사업자로 규정, 불공정 거래 행위로 고발하겠다는 것.

 

 

앞서 협회는 '프랜차이즈 배달앱 사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19일 배민을 공정위에 신고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배민 측이 상생안을 내놓겠다고 하자 신고를 미뤘고 이후 이달 24일 열린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에서 배민 측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상생협의체는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수수료, 계약 체결에 대한 상생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율 협의체다. 

 

이와 함께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사장협회도 수수료 인하를 촉구하며 배달업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계속 내고 있다. 이들은 현재 10% 가까운 수준의 결제 수수료를 공공배달 앱 수준인 1.5~2%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 중이다.

 

이 외에도 다음 달 공정위는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를 출범, 내달 안으로 상생 방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만약 정부가 직접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과 불공정 관행 개선에 개입할 경우 빠르게 갈등이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