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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코체크] 우리은행,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금감원·은행 "수사 의뢰"


[IE 금융] 우리은행에서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에게 부당한 대출을 내준 정황이 적발됐다. 이에 우리은행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완료하는 한편, 부당 대출을 회수하거나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12일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020년 4월3일부터 올해 1월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차주에게 총 42건, 616억 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대출이 집행된 기간은 손 전 회장이 재임(2020년 3월~지난해 3월) 중이던 시절과 맞물린다.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에 616억 원 대출…기준·절차 무시

 

금감원은 제보를 받은 뒤 지난달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11개 차주(법인 및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454억 원(23건) 대출을 허가했다.

 

또 손 전 회장 친인척이 대출금의 실제 자금 사용자라고 의심되는 9개 차주에게 이뤄진 대출은 162억 원(19건)으로 총 616억 원(42건)의 친인척 관련 대출이 드러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대출에서 350억 원(28건)은 대출 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에서 일반적인 기준·절차가 지켜지지 않고 부당하게 취급됐다. 차주가 허위로 의심되는 서류를 제출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것. 금감원은 "차주의 사문서 위조, 사기 등의 혐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 친인척이 대표로 있는 법인에 부동산 매입자금 대출과 리모델링 공사자금 대출을 연달아 취급했다. 차주가 제출한 등기부등본상 해당 부동산 실거래가는 20억 원이었지만, 차주가 처음 대출을 신청할 때 제출한 계약서상 매매 가격은 30억 원이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이를 확인하지 않고 추가 대출을 실행했다.

 

여기 더해 담보가치가 없는 담보물을 설정하는 방식으로도 대출을 실행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미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 가용가액이 없는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법인의 신용도를 상향 평가해 20억 원 대출을 허용했다.

 

본점 승인도 거치지 않고 지점 전결로 임의 처리한 사례도 밝혀졌다. 가령 신용등급을 고려하면 대출 취급 시 본부 승인이 필요한데, 대출 취급 지점은 해당 법인의 신용등급을 근거 없이 올린 뒤 지점 전결로 대출을 취급했다. 이 밖에도 대출금 용도 외 유용을 점검할 때도 증빙자료를 확인하지 않아 유용 사실을 적시에 발견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달 19일 기준 전체 대출 가운데 269억 원(19건)에서 부실(기한이익상실) 및 연체가 일어났다.

 

금감원은 "금융지주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행 체계에서 지주 및 은행의 내부 통제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고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향후 법률 검토를 토대로 제재 절차를 엄정하게 진행, 허위 서류 제출 관련 문서 위조와 사기 혐의에 대해 통보할 예정"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다만 시스템상 대출 여신을 취급하는 데 있어 최고경영자(CEO)가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손 전 회장이 지주·은행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전에는 친인척 차주 대상의 대출이 4억5000만 원(5건)에 불과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우리은행 "심려 끼쳐 송구…손실 예상액 최대 158억 원"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은 "우리은행을 이용하는 많은 고객 및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당행은 여신심사 소홀 등 부적절한 대출 취급 행위가 있었던 데 대해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검사 종료 이후인 이달 9일 기준 대출 잔액은 총 303억 원(16개 업체, 25건)이다. 여기서 단기연체 및 부실 대출 규모는 198억 원(11개 업체, 17건)으로 담보가용가를 감안할 시 실제 손실 예상액은 82억~158억 원 규모라는 게 이 은행의 설명이다.
 
여기 더해 우리은행은 올해 1~3월 1차 자체 검사를 실시해 부실 발생에 책임이 있는 관련 임직원 8명에 대한 조처를 단행했다. 특히 해당 본부장(前 선릉금융센터장)은 면직 및 성과급 회수, 관련 지점장 등은 감봉과 같은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1차 자체 검사 이후 2차 자체 검사에서 우리은행은 1차에서 발견된 특이 자금거래 동향 및 여신 감리를 기초로 손 전 회장의 친인척 여신 전체를 들여봤으며 수사당국에 관련 인물을 고발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초 취급 시 해당 친인척이 전·현 대표 또는 대주주로 등재된 업체는 10개였다"며 "그 외 업체는 대출 취급 후 사후 점검 과정에서 원리금 대납 및 자금거래 등이 밝혀진 경우로 특정인에 의한 지배관계를 대출 취급 전 파악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영업점장 전결여신을 이용한 분할대출 취급과 담당 본부장의 부당한 업무 지시, 대출 차주의 위조서류 제출 등 여신심사 절차가 소홀한데 기인했다"고 부연했다.

 

◇우리은행, 유사 사례 방지 위한 제도 개선…부실 감축도 조속 실시

 

우리은행은 유사한 사례 방지를 위해 부당여신에 대한 내부자신고 채널 확대, 반복적 여신심사 소홀 영업점장에 대한 여신 전결권 제한 및 후선 배치, 여신 사후관리 등의 조치를 실효성 있게 강화했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직위에 상관없이 임직원들이 부당한 업무 지시에 대해 내부 제보를 할 수 있도록 업무 처리 절차를 대폭 개선했다. 

 

아울러 금감원 검사 결과를 반영해 리스크를 공유하고 있는 차주에 대한 여신심사 절차 강화, 여신 감리 강화 등 추가적인 제도개선을 조속히 완료할 예정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이와 같은 부실 대출의 재발 방지를 한 제도 개선을 서둘러 완료하고 기 취급여신의 회수 및 축소, 여신 사후관리 강화 등을 통한 부실 규모 감축을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