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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잡기 총력전…신종 사기 근절에 초점

#. 대학생 A씨는 최근 경찰에 대포통장 범죄에 연루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놀란 A씨가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자, 상대방은 남은 돈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며 불러준 계좌로 돈을 보내라고 했다. 

 

이에 A씨는 전화 상대방이 시키는 대로 돈을 모두 보냈지만, 연락이 두절되자 그제야 보이스피싱임을 알아챘다. A씨는 거래소와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문의했지만, 사기범이 이미 코인으로 환전한 상황이라 도와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IE 금융] 금융당국이 보이스피싱 대책을 내놓으면 금융사기 근절에 나섰다. 신종 보이스피싱 근절에 초점을 맞춰 제도 개선에 나서고 은행에는 업무 시간이 끝나더라도 즉시 대응이 가능하도록 24시간 대응 체계를 구축토록 할 예정이다.

 

◇보이스피싱 감소세에도 수법 계속 진화

 

정부는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출범해 범부처 방지대책에 힘입어 최근 보이스피싱은 최근 감소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19년 6398억 원(3만7700건) ▲2020년 7000억 원(3만1700건) ▲2021년 7744억 원(3만1000건)에서 지난해 5438억 원(2만1800건)으로 29.8% 줄었다.

 

이렇게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작년 9월 범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보이스피싱 1차 대책이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계좌이체 유도 같은 기존 금융사를 통한 보이스피싱이 점차 어려워지면서 최근 새 유형의 보이스피싱이 나타났다. 범죄 사실을 신고해도 지급정지를 할 수 없는 가상자산거래소나 간편송금 악용, 보이스피싱 신고 시 상대방 계좌의 지급정지된다는 점을 악용한 통장협박 등이 바로 그 예시다.

 

금융위원회(금융위)에 따르면 가상자산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2020년 82억6000만 원(305건)에서 지난해 199억6000만 원(414건)으로 증가했다. 간편송금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피해도 2020년 14억7000만 원(349명)에서 지난해 상반기 42억1000만 원(2095명)으로 뛰었다.

 

◇가상자산도 보이스피싱법 적용

 

금융당국의 이번 보이스피싱 대책은 가상자산과 간편송금과 같은 신종 수법 대응에 초점이 맞춰졌다.

 

가상자산은 보이스피싱 대응 강화로 범죄자금 입출금이 점차 어려워지면서 사기범의 자금 출금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사기범이 금융사 계좌로 피해금을 받은 뒤 가상자산을 구매해 현금화하거나 아예 피해자로부터 가상자산을 자신의 전자지급으로 전송받는 식이다.

 

문제는 피해금이 사기범의 가상자산거래소 계좌에 남아 있다면 지급정지를 할 수 있지만, 피해금을 가상자산으로 이미 바꿨거나 처음부터 가상자산으로 받았다면 현행법상 지급정지가 어렵다는 것. 또 사기범에 의해 거래소 간 가상자산 전송이 한 번이라도 이뤄지면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피해금 추적도 어려워진다.

 

이에 금융당국은 법률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거래소에도 보이스피싱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적용키로 했다. 보이스피싱법이 개정되면 가상자산거래소에도 지급정지, 이의제기, 채권소멸절차, 피해금 환급, 사기 연관 계좌정지 등이 가능해진다. 

 

◇페이 사업자도 보이스피싱 정보 제공 의무

 

간편송금도 보이스피싱에 많이 악용되고 있다. 사기범이 피해자를 속여 간편송금 계좌로 돈을 보내게 하거나 운반책의 은행 계좌로 송금받은 다음 간편송금을 통해 피해금을 다른 계좌로 돌리는 식이다.

 

문제는 상대방 아이디나 전화번호 입력만으로도 돈을 보낼 수 있는 간편송금은 피해자가 범인 계좌를 모르기 때문에 페이 사업자로부터 송금 확인증을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이런 절차에 2~3일이 소요된다. 

 

금융당국은 법 개정을 통해 금융사와 페이 사업자 간에 보이스피싱 관련 계좌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보이스피싱 신고 시 선불업자에게 금융사에 금융거래정보 제공 의무를 부과해 신속한 지급 정지가 이뤄지도록 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자영업자 대상 통장 협박…지급 정지 일부 해제

 

최근 보이스피싱에는 자영업자를 상대로 한 통장 협박도 있다. 계좌이체를 통한 결제를 위해 통장 번호가 공개된 자영업자에게 사기범이 소액을 입금한 뒤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금융사에 허위신고하는 수법이다.

 

보이스피싱 신고가 들어오면 금융사는 해당 계좌를 지급정지해야 하는데, 자금 융통이 급한 자영업자로서는 치명적이다. 이때 사기범은 지급정지 해제를 미끼로 명의인에게 돈을 달라고 협박한다.

 

그러나 자영업자가 협박범의 요구대로 돈을 보내줘도 실제 피해자가 아닌 범인에게 보낸 것이기 때문에 지급 정지 해제가 되지 않는다.

 

이 같은 수법이 가능한 이유는 현행 보이스피싱법은 통장 협박 피해자에게 금융사에 보이스피싱을 하지 않았다고 소명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 이에 지급 정지 신청부터 피해금 환급 절차가 종료되는 약 3개월의 기간 동안 계좌 사용이 정지되는 피해를 봐야 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사에 명의인 정보, 거래내역, 합의금 요구 증빙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통장 협박 피해자의 계좌에 대해 일부 지급정지를 해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키로 했다. 

 

통장 협박 피해자의 계좌 잔액 중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서 들어온 돈으로 판단되는 액수에서만 지급정지를 유지하고 나머지는 풀어준다는 계획이다.

 

◇은행, 24시간 보이스피싱 대응 총력

 

현재 은행은 고객계좌 모니터링을 통해 보이스피싱 의심거래 탐지 시 계좌 지급정지 등과 같은 임시조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은행은 업무시간이 끝난 후에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거래가 탐지됐는데도 조치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주로 지방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과 같은 중소형은행은 모니터링 직원이 오전 9시~오후 6시까지만 보이스피싱 피해의심거래를 탐지하는 반면, 대형은행은 연장근무나 탄력근무를 통해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연장해 대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 피해의 90.1%가 집중되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는 모니터링 직원이 대응하는 것을 최소 원칙으로 내놨다. 

 

여기 더해 평일 오후 8시 이후와 주말 및 공휴일에는 피해의심거래 탐지 즉시 자동 지급정지 조치를 취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내년부터 시행하게 할 계획이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