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라 짬을 내 에어컨 필터를 세척하고 서늘한 곳에서 한나절 정도 건조한 뒤 작동시켰습니다. 습도가 워낙 높아 필터가 충분히 말랐을지 걱정도 됐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일단 시원하니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네요. 혼잣말로도 '시도 때도 없이 덥다'는 얘기를 읊조리게 되는 시기입니다. 갑자기 궁금증이 생기네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위와 추위 중 어느 것을 더 꺼릴까요? 지난 1998년 캐나다 맥길 대학교(McGill University) 치의학과, 생리학과, 마취학과의 공동 연구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더위보다 추위를 더 불편해한다고 합니다. 핵심만 추리자면, 사람들은 서늘한 공간에서 더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고 하네요. 추운 공간에 있으면 마음마저 얼어붙는 걸까요? 아, 그러고 보니 에어컨 온도도 너무 낮추지 말아야겠습니다. 냉방병도 조심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정확히 짚자면 냉방병은 질병을 지칭하는 의학적 진단명이 아니라 장시간 에어컨 바람에 노출될 경우 발생하는 자율신경계 이상, 면역 저하, 근육통, 복통 등 유사 증상의 여러 질환군을 통칭하는 증후군의 일종이죠. 이렇게 보니 에어컨과 관련한 이슈도 참 많습니다. 2022년 잡코리아와 알바몬의 공동 조사 결과
덥습니다. 이제 완연한 초여름 기온이네요. 흰 함박눈이 유난히 많이 내렸던 몇 개월 전 겨울이 그리워지려 합니다. 순백, 흰색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오염되지 않은 순수함과 신성함, 청결, 정화를 의미합니다. 또 고요와 평화, 보호, 단순, 공평의 이미지도 내포하고 있죠.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캔버스와 체스의 흰색 말에서 연상할 수 있듯 새로운 시작과 가능성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역 문화에 따라 흰색은 죽음, 슬픔, 항복 등 부정적인 의미를 갖죠. 특히 어떤 이들에게 흰색은 저주입니다. 오는 13일은 국제 백색증 인식의 날(International Albinism Awareness Day), 25일은 세계 백반증의 날(World Vitiligo Day)인데요. 선천적 유전 질환인 백색증은 멜라닌 생성 효소 결핍으로 야기되며 피부, 머리카락, 눈에 색소가 거의 없어 시각 장애, 피부암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 시력 저하와 자외선 민감성이 주요 증상이며, 전 세계적으로 1만~2만 명당 1명꼴의 질환자가 나타난다고 하죠. 무엇보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선 신체 일부를 부적처럼 여겨 신체 훼손 등 끔찍한 범죄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백색증 환자의 신체 부위가 주술
오전이 지나 해가 사라지더니 별안간 선선해져 뜨거운 물에 사마한(Samahan) 티백을 우려 마셨습니다. 스리랑카의 전통 허브 차라는데 이 나라에서는 특산물인 실론티 다음으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생강·커민·감초·후추·고수풀 등 열네 가지 천연재료가 섞인 약용 음료로 감기 증상·스트레스 완화는 물론 면역력 강화, 소화 개선에 효과가 있답니다. 차 한 모금과 함께 이렇게 설명해도 협찬광고는 절대 들어오지 않을 거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무심코 달력을 보니 올해도 어느덧 중반과 가까워졌네요. 게다가 내일은 5월18일이고요. 독자 여러분 모두 잘 아시겠지만, 1980년 5월18일부터 27일까지 전라남도 광주시(지금 광주광역시)와 인근 지역에서 전두환 신군부의 군사독재 및 계엄령에 맞섰던 시민 주도의 5·18 민주화운동은 결과적으로 1993년 문민정부 출범의 기틀이 됐습니다. 또 이 역사적인 날은 1997년 법정기념일인 5·18 민주화운동기념일, 1998년 5·18특별법 제정을 이끈 것은 물론, 2011년 국제연합(UN) 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죠. 2019년 11월, 중국의 탄압에 맞서 민주주의를 부르짖던 홍콩 시위대는 5·18 민주화운
이번 [짜사이]에서는 주제를 꼬지 않고 순수하게 어버이날과 관련한 얘기를 쓰려고 합니다. 촬영한 피사체는 올해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드린 카네이션형 방향제입니다. 어린이날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평생 자식을 위해 희생한 부모님의 은혜를 기리는 날이 해가 갈수록 초라해지는 느낌이 들어 안타깝네요. 이달 8일자 '오늘의 깜지'를 참고하면 어버이날은 어버이 은혜에 감사하고 어르신을 공경하는 마음을 키우고자 제정한 기념일로 매년 5월8일입니다. 1956년 국무회의 결정에 맞춰 국가기념일로 제정됐는데 한국전쟁 후 어머니들 노고를 위로하고자 만든 어머니날이 전신이고요. 이후 아버지의 날이 거론되자 17회차까지 어머니날이었으나 1973년 3월30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서 어버이날로 변경했답니다. 이날 전후 1주일간은 경로주간이었으나 1997년부터 없애고 10월2일 노인의 날, 시월을 경로의 달로 지정했다네요. 애초에 미국에서 시작된 어머니날은 1908년 웨스트버지니아주 그래프턴의 한 교회를 다니던 안나 마리 자비스(Anna Marie Jarvis, 1864–1948)라는 여성이 어머니를 기리며 조직한 모임의 행사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그의 어머니 앤 마리아
촉촉하게 봄비가 내리는 토요일.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겨우내 봉인했던 힘을 해방시킬 에어컨을 청소했습니다. 올 여름은 에어컨의 신세를 좀 덜 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네요. 촬영한 피사체는 에어컨 청소 중 찍은 표시 및 조절부인데 자세히 보니 파동처럼 보이는 게 꼭 'Wave front' 중 파원을 위시해 구형으로 퍼지는 구면파(spherical wave) 같습니다. 물리학 용어인 Wave front는 파원으로부터 파동(wave)이 퍼질 때 어떤 주어진 시간에 위상(phase)이 같은 점의 집합으로 이뤄진 면인데 보통 '파면(波面)'이라고 칭합니다. 파면 사이 간격은 주기와 비례하지만 진동수와는 반비례하는 만큼 파면 간 간격을 따져 진동수와 주기를 측정하기도 하죠. 파면이 구면이면 구면파, 원통면이면 원통파(cylindrical wave), 평면이면 평면파(plane wave)라 하고요. 파면이라 하면 향후 몇 년간은 어제 있던 일만 떠오를 듯합니다. 헌법재판소(헌재)가 4일 오전 11시22분 재판관 전원 일치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파면을 선언했죠. '2024헌나8 대통령 윤석열 탄핵사건' 선고로 이제 윤석열 씨는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달 22일 오전 11시 반쯤 경북 의성군 안평면과 안계면 2곳 야산에서 시작돼 경북 북동부권 5개 시·군으로 퍼지던 산불이 발화 149시간 만인 어제 오후 2시 반경부터 연이어 진화 중인데요. 지난 27일 오후 내린 적은 양의 비는 여기저기 멋대로 날뛰며 화마를 옮기던 불씨를 잡아준 것은 물론 진화 헬기의 앞을 가리던 연무를 가라앉혔습니다. 경남 산청군 등 나머지 지역의 화재도 주불이 잡힌 만큼 어제 오후 5시 임상섭 산림청장이 주불 진화 선언을 했지만 지난 밤사이 안동과 의성에서 산불이 부분 재발화해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라고 하네요. 4만8150㏊로 축구장 6만3245개, 여의도 166배, 서울 면적 80% 이상의 국토를 휩쓸며 우리나라에 역대 최대 규모 산림 피해를 입힌 화마 탓에 29일 정오 현재까지 사망 29명, 중상 9명, 경상 28명의 인명 피해와 3만3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국가유산 피해 사례는 모두 27건에 이르고요. 사흘 전 오후 9시22분경 전라북도 무주군 부남면 주택 화재로 촉발한 무주 산불은 확산일로의 위기였으나 전일 오전 11시를 기점 삼아 완전히 진화하며 적상산 국립공원도 화마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됐습니다.
2010년 가을, 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한 양떼목장에서 촬영했습니다. 양들 모인 모습이 마치 강아지 같아서 웃으며 찍었던 기억이 나네요. 양떼를 찬찬히 보는 것만으로도 여유와 평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동시에 순하면서도 약한 이미지 역시 짙지만 실제 성격은 인간이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하네요. 1988년 나온 토마스 해리스(Thomas Harris)의 소설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이나 필립 K. 딕(Philip Kindred Dick)이 1968년 집필한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 등의 제목만 봐도 그렇습니다. 후자로 예를 든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라는 SF(Science fiction) 소설은 핵전쟁으로 생명체가 급감해 암울한 세상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의 안드로이드(Android, 인간 형태의 인공지능 로봇)를 사냥하는 현상금 사냥꾼 릭 M. 데커드(Rick M. Deckard)의 얘기입니다. 어디선가 접한 내용 같지 않나요? 1982년 개봉 당시 평단의 혹평 일색이었으나 오랜 시간이 흘러 재평가된 SF 영화계의 저주받
작은방 서랍장 옆 틈새 청소를 하다가 오래 열지 않았던 맨 아래 서랍을 보게 됐습니다. 제 보물창고더라고요. 필름 카메라, 초기 디지털 일안 반사식(DSLR·Digital Single-Lens Reflex) 카메라, 하이엔드급 카메라에다가 꼬꼬마 때 듣던 카세트 테이프 몇 개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중 제 시선이 고정됐던 테이프는 1990년 발매한 강수지 1집이었죠. 당시 초·중·고등학교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강수지 씨의 데뷔곡 '보랏빛 향기'가 수록된 이 앨범의 인기는 2집까지 이어져 그를 한동안 국내 가요계 정상에 있게 했습니다. 아쉽게도 보랏빛 향기가 풍기는 은은한 충격이 너무 강렬했던 탓인지 다른 곡은 떠오르질 않네요. 2집은 타이틀곡인 흩어진 나날들 외에도 시간 속의 향기, 하고 싶은 이야기, 잃어버린 표정 등 많은 노래를 아직까지 흥얼거릴 수 있는데 말이죠. 이후 색명이 제목에 들어간 노래가 또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보라색은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색이었습니다. 하여튼 보라색과 관련한 다른 얘기로 이번 편 마무리하려고요. CSS(Cascading Style Sheet)라는 스타일 시트 언어가 있습니다. 자료 속성을 이용해 웹
작은방 정리 중 옷장 위에 있던 봉제인형들을 찍었습니다. 어디서 받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인형들인데 이렇게 보니 참 정겹네요. 먼지 제거가 번거롭긴 하지만요. 아마도 봉제인형 중 최고의 인지도를 뽐낼 테디베어도 있었는데 어디에 뒀는지 모르겠네요. 문득 테디베어를 제외하고 유명한 봉제인형은 무엇일지 궁금해졌습니다. 곰돌이 푸와 티거, 피글렛 등 그의 친구들, 패딩턴 베어(이리 보니 다 곰이네요)가 우선 생각나고 이후 떠오른 봉제인형은… 아마도 미국 동화작가 겸 삽화가 조니 그루엘(Johnny Gruelle)이 만든 캐릭터 '래기디 앤'(Raggedy Ann, 누더기 앤)이 수위권에 위치할 것으로 짐작됩니다. 지난 1915년, 조니 그루엘이 천장에서 찾은 낡은 인형에 헝겊을 덧대 만든 래기디 앤은 3년이 지나 역시 그가 1918년에 쓴 'Raggedy Ann Stories'에 처음 등장하는데요. 이후 래기디 앤과 동화를 원작으로 수많은 책과 영상작품들이 나왔고 2014년에는 이 인형이 주인공(?)인 공포영화까지 개봉합니다. 사탄의 인형도 가볍게 누를 악령의 인형 '애나벨'(Annabelle)의 정체는 미국 코네티컷주 먼로 소재 오컬트 박물관에 있던 래기디 앤이
몇 해 전, 막상 다가온 아쉬움과 함께 여름을 보낼 무렵 집 근처 생태공원 개울가에서 물수제비를 하며 촬영을 했습니다. 이 개울의 물도 흐르고 흐르다가 언젠가는 강에 합류해 줄기로 퍼지겠죠? 요즘 한강 이슈가 참 많네요. 우리나라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한강 소식에 이어 이달 19일 서울시가 한강 영어 표기 시 'Hangang River'(한강 리버)로 써달라고 부탁했다는 보도가 있었죠. 문화체육관광부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대로라면 자연 지명은 전체 명칭을 로마자로 표기하고 속성 번역을 병기하는 게 원칙이랍니다.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한강의 영문 표기로 'Han River'(한 리버)와 'Hangang River'를 혼용하고 있다는 거죠. 많이 어색하긴 합니다. 이 지침을 따르면 낙동강은 낙동강 리버(Nakdonggang River), 영산강은 영산강 리버(Yeongsangang River)겠네요. 외국의 경우 나일강(Nile River), 템즈강(River Thames), 아마존강(Amazon River), 황하(黄河, Yellow River) 등으로 쉽게 쓰는데 말이죠. 어쨌든 경강적룡(京江赤龍)의 거주지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