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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사이] 간츠펠트와 블랙홀도 얼씬 못할 찬란한 광복

 

지난주 목요일에 무척 흥미로운 기사를 접했습니다. 초경량 암흑물질로 블랙홀 형성 병목 문제 해결할 수 있다는 요지의 기사였고요. 제가 아는 걸 조금 말씀드리자면 블랙홀로 이웃 항성의 물질이 빨려 들어갈 때는 블랙홀 입구에서 둥근 고리형태를 형성하며 병목현상이 일어난 것처럼 서서히 중심을 항해 들어간다는 겁니다.

 

이달 8일 서울시립대는 한국천문연구원, 중원대와 함께 초거대 블랙홀 형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최종 파섹' 문제의 새 해법을 제시했고 국제 학술지 'Physics Letters B'에 발표했다는데요. 초경량 암흑물질로 블랙홀 형성 병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 제시한 연구라는데 이 물질이 뭔지조차 감을 잡기가 어렵네요. 

 

일단 두 블랙홀이 약 1파섹(약 3.26광년) 거리에서 더 이상 가까워지지 못하는 현상인 최종 파섹 문제에 매우 가벼운 입자들이 단체로 움직이는 초경량 암흑물질을 활용하면 블랙홀들이 서로 가까워질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블랙홀이 서로 가까워지려면 근방(?)에 별이나 가스가 필요하지만 1파섹 거리에선 찾을 수 없어서 블랙홀 형성 병목이 발생하는 거고요. 이 성과는 초거대 블랙홀과 은하의 공동 진화 연구, 중력파 관측 연구에도 영향을 미칠 거라는데 역시나 어렵네요. 내건 이미지는 수명을 다한 저희 집 프라이팬입니다. 물론 살짝 이미지 보정을 했고요.

 

오늘은 광복절(光復節)입니다. 빛을 되찾듯 영예롭게 국권을 회복한 날이라는 의미로, 1945년 8월15일 맞이한 일제 식민지배로부터의 해방과 3년이 지난 1948년 8월15일, 우리 정부 수립을 자축하는 법정 공휴일이죠. 

 

일본의 검은 그늘을 광복의 빛으로 지운 날이지만 근자의 국가 정세를 보면 다시 일본의 지배를 원하는 족속들이 곳곳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만 같아 나라를 지키고자 목숨을 바쳐 싸우신 많은 분들에게 죄스럽기만 하네요. 우리가 만약 독립이라는 빛을 찾지 못한 채 아직 일체의 탄압이라는 암흑 속에 지냈다면 지금 우리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독일 심리학자 볼프강 메츠거(Wolfgan Metzger)가 1930년대에 처음 제시한 간츠펠트 효과(Ganzfeld Effect)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습니다. 독일어 간츠(ganz·전체적인)와 펠트(feld·영역)를 합친 말로 '전체 시각영역'을 뜻하는데 인간이 시각 자극을 전혀 받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현상을 일컫고요. 쉽게 말해 인간에게 감각 자극이 없을 때 뇌가 대체할 자극을 만들어낸다는 거죠.

 

인간의 감각 중 의존도가 가장 높은 시각 자극이 끊기면 뇌는 환각이라는 거짓 신호를 만들어내 무자극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한답니다. 암실처럼 완전히 고요와 어둠인 공간에서 인간이 어떤 상태가 되는지 지난 2006년에 영국 최대 공영 방송사 BBC에서 48시간 동안 실험한 적이 있는데 건장한 성인 6명이 모두 파충류 형상이 보이는 환각을 겪었다고 하네요.

 

영국 민영 방송사 채널5에서도 2017년에 실험 프로그램인 '인 솔리테리(In Solitary)'를 통해 닷새간 독방에서 생활한 여성의 변화를 보여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한 정서·행동 장애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짧은 기간의 실험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데 우리가 아직까지 일제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대한민국의 광복을 이끈 독립운동가와 그 시대를 인내하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은 선량한 대다수의 국민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정말 송구하지만 만약 지금 하늘에서 보고 계신다면 제2의 광복이 올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빛을 내려주소서.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