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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43년 한은맨' 이주열 총재 "통화정책 완화 정도 계속 줄여야"

 

[IE 금융] 지난 8년간 우리나라 통화신용정책을 이끈 한국은행(한은) 이주열 총재가 오는 31일 임기를 마친다. 그는 떠나는 자리에서도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계속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23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송별간담회에서 "어느 직책이든 재임 중 실적에는 공과가 있기 마련"이라면서도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데 있어서 우리경제에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까 늘 고민하고 최선의 정책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97년 한은에 입행에 조사국장과 정책기획국장을 거쳐 통화정책 담당 부총재로 지냈다. 이어 2014년 총재에 임명됐으며 2018년 연임에 성공해 8년 동안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장으로써의 역할이 주어졌다. 

 

이 자리에서 이주열 총재는 "8년간의 임기 동안 80차례 가까운 회의를 주재했는데, 어느것 하나 쉬웠거나 중요하지 않았던 회의가 없었다"며 "통화정책은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태생적 어려움이 있고, 불확실성 속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이 총재는 재임기간 9번의 금리 인하와 5번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취임 당시 2.5%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1.25%로 낮아졌다. 이에 대해 그는 "금리 인하 횟수가 더 많았고 그 결과 기준금리 수준이 취임할 당시보다 낮아졌는데, 그만큼 경기 상황이 어려웠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통화정책 성향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매파(통화긴축 선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를 규정할 수는 없다"며 "경기 상황에 맞게 금리정책을 운용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계속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금융불균형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며 "특히 미 연준이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는데 우리가 지난 8월 이후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잠시 금리정책 운용의 여유를 갖게 된 점은 다행이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한은 총재 공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그는 "저의 사례를 비춰보면 단순 청문회 일수를 따졌을 때 내달 통화정책결정 회의까지도 신임 총재 취임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부득이하게 공백이 발생한다 해도 금통위는 합의제 의결 기관이라 통화정책은 차질없이 수행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오늘 발표된 후임 총재 지명자(IMF 이창용 국장)는 학식, 정책 운영 경험, 국제 네트워크 등 여러 면에서 워낙 출중하고 저보다 훨씬 뛰어난 분이다. 따로 조언 드릴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여기 더해 그는 한은 임직원들에게 인적 자원 역량 확보를 위한 자기계발 등을 당부하는 한편, 미안함을 전했다. 한은 노동조합은 지난해 설문조사를 통해 이 총재의 내부경영에 대해 부정적인 점수를 내린 바 있다.

 

그는 "임금 수준과 관련해서 직원들이 불만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정부의 공기업 예산운용지침 적용으로 급여 수준이 낮게 측정되고, 이를 재임기간 중 개선하지 못해 못내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떠나질 않는다"고 미안함을 표현했다.

 

/이슈에디코 강민희 기자/